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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 이주, 가족, 뿌리내림에 관한 서정적 초상

by 딱스 2025. 7. 13.

‘미나리’는 2020년 개봉한 미국 드라마 영화로, 이삭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미주 한인 가족의 ‘미국 농장 도전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고, 2021년 아카데미에서는 윤여정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또한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2020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인정받았습니다. 본 글에서는 ‘줄거리’, ‘출연 배우’, ‘관전 포인트’ 세 가지 섹션으로 미나리의 깊이 있는 세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미나리’ – 이주, 가족, 뿌리내림에 관한 서정적 초상
영화 ‘미나리’ – 이주, 가족, 뿌리내림에 관한 서정적 초상

꿈과 현실, 땅 위에 새기는 가족의 이야기

영화는 1980년대 초, 캘리포니아에서 닭 성 감별사로 일하던 김가족 아버지 제이콥, 어머니 모니카, 딸 앤, 아들 데이빗이 시골 농장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됩니다. 제이콥은 판로확보가 쉽지 않은 한국 채소 농장을 일구기 위해, 타운 외곽의 황무지 땅을 직접 개간해 밭을 일굽니다. 가족은 모험가가 아닌, ‘미국식 자립’에 집중하는 현실적인 삶을 선택합니다.

생활은 순탄치 않습니다. 물 부족, 농장은 번번이 실패하고, 데이빗은 심장 질환을 앓고 있어 가까운 병원이 필요합니다. 아내 모니카는 말없이 뒤에서 가족을 지지하지만, 점차 불안과 외로움이 쌓입니다. 가족 간 긴장과 불신이 쌓이는 가운데, 외할머니 순자가 한국에서 오게 되는데, 초반에는 손자와 갈등하지만 점차 점차 마음을 열어갑니다.

순자는 들판 옆 개울가에 ‘미나리’를 심고 가꾸며, 데이빗에게 미나리를 “강인하게 자라는 풀”이라 설명하며 생명의 의미를 전합니다 . 죽어가던 밭도 살아나기 시작하고, 가족은 작은 희망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자연재해와 농업 실패, 그리고 부부 사이의 갈등은 종국에는 수확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영화의 결말부, 가족은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순자가 심은 미나리는 강하게 자라고 남습니다. “미나리처럼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함께한 순간과 땅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조용히 막을 내립니다.

 

삶을 얘기하는 얼굴들 

‘미나리’에는 실력파 배우들과 신선한 신예들이 모여, 사실성과 감성 깊이가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특히 윤여정 배우의 연기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 스티븐 연 – 아버지 제이콥 역
    농장을 일구겠다던 꿈을 품고 떠났지만, 고비마다 흔들리는 가장의 책임감을 진솔하게 담아냈습니다. 한국어·영어 발음을 섬세하게 표현해 이중 언어 정체성의 고충도 연기합니다. 이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라 ‘한국계 최초 후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 한예리 – 어머니 모니카 역
    내면의 불안과 현실의 균형을 간직한 여성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조용한 표현 속에도 가족에 대한 헌신과 절망을 담아내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 윤여정 – 외할머니 순자 역
    강단과 유머,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로,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수상이라는 속을 뛰게 만든 열연입니다 
  • 앨런 킴 – 아들 데이빗 역
    초등학생의 순수함과 질병의 심각성을 동시에 표현하며, 비언어적 순간에서도 감정의 깊이를 전달합니다. 비평가 협회 신인상과 BAFTA 후보로도 선정되었습니다 
  • 노엘 케이트 조) – 딸 앤 역
    어린 나이에 어른 같은 책임감을 표현하며, 가족의 균열과 화해에 중요한 분량을 소화합니다.
  • 윌 패튼 – 조력자 폴 역
    한적한 시골에서 외톨이가 된 제이콥에게 동네 사람들과의 교감을 이끌어낸 인물입니다 

 

뿌리 내리는 영화적 의미 

 미나리라는 은유

텃밭에 심긴 미나리는 “어떠한 땅에서도 강하게 자라는 풀”로 소개되며, 이민자의 삶을 상징하는 생명력과 적응의 메타포로 작동합니다 . 비록 보금자리가 흔들려도, 가족과 땅에 대한 흔적은 지속됩니다.

미국식 농장의 환상 vs 현실

제이콥의 농장 계획은 ‘미국 드림’의 고전적 이미지이지만, 물 부족, 질병, 돈 부족, 고립 등 현실적 제약이 도전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통해 “꿈은 있지만, 현실은 냉정하다”는 메시지가 은은하지만 강력하게 전달됩니다.

세대·문화 간의 화해

순자와 손자 데이빗의 관계는 조심스럽게 시작해 마음이 열리며, “다름을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심 관계입니다 . 이는 단순한 가족 서사를 넘어, 세대와 문화 간의 화해를 은유적으로 그립니다.

 음악과 시각의 시너지

에밀 모세리의 음악은 피아노와 현의 잔향으로 가족의 희망과 불안, 자연의 서정을 함께 담습니다. 촬영작업은 황혼, 안개, 텃밭, 주택 등을 통해 영화적 감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민 영화의 새로운 정체성

‘미국 영화’임에도 영어·한국어 혼용, 한국 문화 요소, 초월 인종 관계 등으로 다층적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외국어 작품이지만, 미국 이야기를 한다”는 비평도 나오는 가운데, 본질적으로 “국적을 넘어 모두의 이야기”라는 평가가 따라옵니다.

 

 

미나리는 땅, 가족, 세대, 꿈이 교차하는 서정적 드라마로, 잔잔하지만 오래 울리는 여운을 선사합니다. 미나리처럼 뿌리를 내려 새 삶을 꿈꾸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우리 각자의 밭”이 어디인지, 어떤 뿌리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가족 드라마 그 이상의 영화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