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멘데스 감독의 2019년작 1917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긴박한 사흘을 “원 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극적으로 구현한 전쟁 서사입니다. 아카데미 촬영상·음향상·음악상 등 기술 분야에서 3관왕(작품상·감독상도 후보 지명)에 오르며, 전쟁의 참혹함과 두 병사 젊은 영웅들의 인간적 감정을 연대기처럼 이어붙인 걸작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불가능한 임무, 끝나지 않는 고난
제1차 세계대전 한복판, 영국군 소위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멜튼 부대’에 전할 메시지를 들고 위험한 횡단 임무를 떠납니다. 며칠 전 동료 부대에게 보낸 지원 타격이 ‘무기고 습격’이 아니라 아군 수백 명을 덮치려는 계획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블레이크는 전우를 잃은 분노와 애도 속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위해 메시지를 전하는 일에 개인적인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려 하지만, 스코필드는 훨씬 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물입니다. 둘은 전략적 요충지, 황량한 전장, 증기 기차, 독일군 잠복지대를 통과하며 목숨을 건 여정을 이어갑니다.
비를 맞으며 진흙 속을 헤매고, 불구덩이를 지나며, 열차와 비행기 잔해를 피하며, 블레이크는 끝내 출발 5분 전 메시지를 전달하려다 적 진지 포격에 희생당합니다. 스코필드는 충격에서 벗어나 계속 전진하며, 메시지를 멜튼 부대에 전달하고 그들을 구하는 데 성공합니다.
마지막 장면, 스코필드는 무사히 복귀하고 날이 밝는 전장 위에서 동료들을 구했다는 안도감, 하지만 동생 블레이크를 향한 깊은 상실감 속에 서 있는 모습을 마지막에 보여줍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함께 동지애, 희생, 인간성에 대한 복합적 메시지를 남기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전장의 얼굴을 담은 배우들
1917은 비주얼과 촬영 기법만으로 남성 중심 액션 서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세밀한 내면 연기를 더한 배우들의 합이 있어 감정의 온도조절이 가능했습니다.
- 조지 맥케이 – 스코필드 역
시종일관 임무에만 집중하며 외적인 침묵 속에도 내부의 감정 파고를 담아낸 연기로, 대사보다 눈빛으로 고통과 의지를 전달했습니다. - 딘-찰스 채프먼 – 블레이크 역
임무 수행 전 가족에게 전하는 편지, 전우들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순수와 결단, 마지막까지 희생을 각오하는 감정선이 강렬합니다. - 벤 레슈리 – 톰 스콧 대령 역
조연이지만 지휘관으로서 전투의 전체상과 그 부담을 표현하며 극의 중간 균형추 역할을 했습니다. - 콜린 퍼스 (– 워터 박사 역 (의사)
주요 등장 신은 짧지만 군인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역할로서 스코필드에게는 전사의 사명감을 일깨우는 장면입니다.
배우들은 사실적이고 연약한 병사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하며, 스펙터클한 연출 안에서도 인간적인 감정의 여운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한 편의 연속극처럼 이어진 전장의 약동 – 관전 포인트
원 테이크(one-shot): 긴장감의 마술
영화 전편이 끊이지 않는 장면 전환으로 이어지며, “한 번에 찍은 한 편의 작품” 같은 착시를 주는 촬영 기법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전투 장면 사이에도 컷이 끊기지 않아 관객은 전장에 몰입하며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함께 느낍니다.
자연과 전장은 한 몸
비, 진흙, 불, 총성과 폭발의 잔해 속에서도 자연은 “전쟁의 일부이자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무대”로서 역할합니다. 샘 멘데스와 촬영감독 로저 딕킨스는 ‘자연이 곧 스토리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화면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음악이 아닌 소음도 감정이다
토마스 뉴먼의 음악은 최소한으로 쓰이지만, 대신 총성, 기관총, 비 소리 등 자연의 소음이 감정의 배경이 됩니다. 이 소리의 배열은 ‘소리로 스코필드의 심장 박동을 대신’하며, 청각적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개인의 결단과 공동체의 희생
영화는 “두 병사가 겪는 개인 여정”에 집중하면서도 메시지 전달이라는 공동체적 목표에 맞춘 사람들의 희생을 조명합니다. “형제 같은 동지가 무너졌지만, 남은 자가 희망을 전달했다”는 주제는 전장의 비극 속에서도 인간애를 피우는 장면으로 서사화됩니다.
기술과 감정의 절묘한 조합
촬영기법, 사운드 디자인, 긴 장면 연출 안에서 사회적 기술(촬영상, 사운드)과 감정적 진솔함이 균형 있게 맞닿아, 전쟁 영화가 아니라 ‘전쟁 경험을 체감하게 하는 몰입형 드라마’로 완성되었습니다.
1917은 단순한 전쟁영화를 넘어 ‘한 순서로 연결된 전장의 하루’를 기술과 감정이 함께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의 진솔한 연기와 샘 멘데스 감독의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 몰입형 감성 연출이 만나, 관객은 단지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쟁 한복판을 걸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전쟁의 공포와 휴머니티, 고요한 희생과 절박한 생존이 겹쳐져 오래 기억될